2008년 11월 24일
'플라시보 효과'를 스스로 꺾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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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용어로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위약효과)'라는 말이 있다. 플라시보 효과란 약효가 없는 가짜 약을 진짜 약인 것처럼 속여 환자에게 복용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병세가 호전되는 현상을 말한다. 스트레스로 인해 소화불량에 걸려 병원이나 약국을 찾으면 소화제 대신 밀가루나 설탕으로 만든 가짜 약을 조제해 줘도 증상이 어느 정도 해소된다. 환자가 '약'이 아닌 '믿음'을 섭취했기 때문이다. 플라시보 효과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노시보 효과'가 있다. 노시보 효과는 적절한 처방이나 약을 처방해도 환자 본인이 이를 믿지 않고 의심을 가지면 약이 잘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국내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지자 정부는 연일 고강도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실제로 국내 금융시장에 효과적인 처방이 될 수도 있지만 정부가 바라는 것은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일지 모른다. 어차피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모든 불안을 일시에 걷어낼 특효약을 정부가 쥐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금융권에서는 플라시보 효과와는 정반대로 '노시보 효과'가 발생할 만한 처방을 내놓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최근 자금난을 겪고 있는 C&그룹 관련 조치들이 대표적이다. 먼저 칼을 빼든 건 한국증권거래소 였다. 증권거래소는 지난달 29일 C&그룹 5개 계열사의 워크아웃설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C&그룹은 거래소의 조회공시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일 오전 모처럼 7%대의 급등세를 타던 코스피 지수는 3% 이상 떨어지며 마감돼 C&그룹에 대한 거래소 조회공시가 증시 반등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 됐다. 지난 24일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부 언론이 C&중공업이 주채권 은행인 우리은행에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한 것을 마치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처럼 보도했다. C&그룹이 워크아웃 신청이 아닌 통상적인 경영정상화계획을 제출했다고 밝히면서 사태는 진정됐지만 C&그룹 관련주들의 주가가 요동치며 투자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C&그룹의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C&그룹은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는 등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인든지 판다'는 방침아래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채권단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워크아웃을 진행시켜 부실규모를 확정하고 이를 상환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말이라도 회생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자꾸 벼랑끝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볼 필요도 있다. 얼마 전 외신을 통해 소련 철도국 소속 직원 한 사람이 냉동차에 갇혀 죽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그렇지만 그 냉동차는 고장나서 실제 내부 온도는 13도에 불과했다. 냉기보다는 냉동차에 갇혀 있다는 사실 자체가 그를 죽음으로 몰고간 것이다. 최근 대주단 협약을 놓고 건설사과 금융권이 씨름을 벌이는 등 국내 대부분 기업들이 '부도'라는 절대 공포에 직면해 있다. 문제는 정부나 금융권이 이들 기업들을 '회생'이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죽음으로 몰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플라시보 효과가 본격화하기에는 아직 정부나 금융권에 대한 시장과 기업의 '믿음'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매일경제신문 석남식 기자] |
# by | 2008/11/24 17:22 | 칼럼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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